스토리개요
파묘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종교인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독교, 불교를 배척하는 것도 아닙니다. 묏자리를 보는 풍수사, 장의사, 무당이라는 주인공의 직업을 가지고 영화를 제작하였다는 부분은 최근 개봉된 영화의 주제로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시 잠겼습니다만, 영화의 시작과 함께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걱정거리의 날림현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LA, 미국이라는 기독교 중심의 나라에서 시작되는 기이한 영화의 시작입니다. LA의 엄청난 부자집안의 장손은 무당 화림과 봉길에게 귀신이 나타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현상을 없애달라는 의뢰를 하게 됩니다. 무당 화림은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채고 의뢰인에게 이장을 권하면서 화면은 다시 대한민국으로 바뀌게 됩니다.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은 무당 화림, 봉길과 만남을 갖게 되고, 묏자리 이장과 거액의 의뢰비용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의미부여를 통해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됩니다. 풍수사 상덕만 아는 것일까요? 처음부터 불길한 기운은 가시지 않습니다. 광화문 플라자호텔에 묶고 있는 LA에서 온 의뢰집안의 장남, 풍수사 상덕, 무당 화림과의 첫 만남. 불길함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느낌입니다. 함께 간 묏자리는 여우조차도 피해 가는 불길한 기운이 드는 장소, 우리가 흔히 들어왔듯이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풍수사 상덕은 피해 가길 원합니다. 하지만, 무당화림, 봉길, 장의사 영근과 베스트팀을 형성하고 있는 상덕은 결국 화림의 굿과 함께 파묘를 시작합니다. 영화의 전개상 항상 그렇듯이 문제가 생기고 비밀은 점점 깊어져만 갑니다. 극적인 비밀은 이렇습니다. 일제강점기 친일파인 부자집안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묘에 추가된 대한민국의 기를 막기 위해 행해진 악행의 전말이라는 애프터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버전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은 대한민국에 흐르는 기운을 막기 위해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오는 길목마다 쇠말뚝을 설치하고, 건물을 지어 숨기는 등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사람에게 행하였던 악행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기를 막기 위해 풍수적으로 조치를 취했다는 부분은 익히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극악무도한 행위는 지극히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졌고, 또한 비밀리에 행하여졌는데 그 공간이 바로 이 공간이고, 나쁜 상서로운 기운의 귀신은 그대로 자녀들에게 전이되면서 많은 재산과는 다르게 안타까운 부분의 상속이 이어졌습니다. 친일파가 돈만 물려받은 것은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스쳐가는 대목이었습니다. 무당과 풍수사, 장의사로 이루어진 원팀은 결국 대한민국을 짓누르고 있는 악의 기운을 대한민국의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물리쳐야 한다는 사명감, 그리고 실제 물러나게 만드는 스펙터클한 긴장감이 일품이었습니다. 한 사람이라는 개인적 존재에서 작게는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사명감, 더 나아가서는 시대를 먼저 지내온 사람으로서 후대에 대한 책임감과 같은 의미심장함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전달되어 옴을 가슴깊이 느끼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제 스토리에 무엇인지 하는 부분을 갖는 관객도 있었을 것이고, 지루함 없이 진행될 수 있게 한일갈등을 부여하여 긴장감을 형성한 감독의 시나리오에 찬사를 보내는 관객 또한 있었을 것입니다. 4명의 주인공 캐릭터의 한 면 한 면이 살아 숨 쉬면서도 공동의 적을 향한 협동심으로 대결구도가 형성되며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단단함은 어느 한 부분도 이탈되지 않는 영화의 굵직한 뿌리와 기둥이 보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선사할 만큼 내용적 완성도가 이루어진 영화입니다.
일본 : 아이템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에 행하여진 대한민국에 대한 만행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으로서 행하면 안 되는 여러 사건들로 얼룩지어져 있고, 인간으로서의 잘못됨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입장으로 사과한마디 진행해 본 적 없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컨셉추얼 한 컨디션은 영화 속에서 항상 악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순신을 배경으로 한 해전영화, 독립군, 의병 이야기 등 많은 스토리보드가 형성되어 있는 영화 속에서 파묘라는 아이템 속에 일제강점기의 처절함이 녹아 완성되었다는 부분은 요즘 말로 전하자면 심박합니다. 태백산맥의 정기를 막는 스토리는 사실 잘못하면 다큐멘터리로 흘러 들어가도 될만한 아이템이었지만, 기를 기로 받아들이듯이 무속신앙과의 접점을 형성하며 만들어내는 시나리오는 신선하고 또 다른 감명으로 다가옵니다.
풍수사와 무당
이미 기독교화가 많은 부분 이루어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어쩌면 잊혀져가기만 하는 직업일지도 모릅니다. AI가 더 발달을 하게 된다면, 더 잊혀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AI가 대신할 수 없는 극적반전의 직업이 될지도 모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사실 점괘나 운수, 풍수라는 영역은 일반적으로 맞고 틀림을 뒤로하고 인간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높은 정치인, 기업가들이 큰일이 있기 전에 무당을 찾아가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명리학, 풍수지리학 등 현재는 반도체, 기계, AI시스템, 바이오 등과는 다르게 다소 낮은 등급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AI자체만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영역으로서 명성이 재평가되는 직업군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